한여름밤의 '북스테이'… 나는 지금 책 속으로 풍덩

집 떠나 하룻밤 보내지 않더라도 잠깐이나마 책과 휴가 보내기 좋은 곳이 있다.
비밀 아지트 같은 이 공간에선 남의 시선 신경 쓰거나 방해받을 필요 없이 책을 끼고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입력 : 2017.07.10 10:11

    이번엔 '독서 휴가' 어떠세요

    하룻밤, 나만의 서재

    강원도 숲속 '터득골북샵'
    밤엔 도서관처럼 이용… 텃밭 채소 조식도 제공

    산과 바다가 한눈에
    고흥 언덕 '가고파그집'
    읽고 싶은 책 신청하면 체크인 때 받아볼 수도

    해먹에 누워 책과 함께
    제주 펜션 '블랙페이지'
    성산일출봉·우도 등 테라스 풍경도 예술

    이번엔 '독서 휴가' 어떠세요
    ① 책과 함께 사색의 여유를 즐기는 하룻밤, 올여름 지적 쉼표를 찍어줄 독서(讀書)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조용한 숲속에 자리 잡아 푸른 자연과 함께 아늑한 서재 같은 책방에서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원주 ‘터득골북샵’. ② 책과 함께 휴식하며 제주 자연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제주시 종달리 ‘블랙페이지’의 서재.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블랙페이지

    무더위에 축축 처진 몸, 지친 마음에 활력 불어넣을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는 본격 휴가철. '어디'로 떠나야 하나 조바심 내기보다 '무엇'을 할지 먼저 고민한다면 당신의 휴가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올여름 '셰익스피어 휴가(Shakespeare Vacation)'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셰익스피어 휴가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한 달간 주었던 유급휴가의 별난 이름이다. 이 기간 셰익스피어의 작품 5편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말하자면 '독서(讀書) 휴가'.

    꼭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란 건 아니다. 디지털 기기와 잠시 떨어져 책 한 권 읽으며 사색(思索)의 여유를 즐겨보자. 지적인 쉼표를 찍어줄 개성 넘치는 '북스테이(book+stay)' 공간들이 전국 각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책에 빠져드는 밤, 풍경에 물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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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전남 고흥 ‘가고파그집’의 테라스./허동욱 사진작가 ④ 책방의 다양한 책을 읽으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경남 남해 ‘책의정원’. ⑤ 휴가지로 각광받는 강원도 속초의 ‘완벽한날들’, 간결한 게스트하우스와 주인장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을 함께 운영한다. / 책의정원·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책을 찾아왔더니 자연이 반긴다. 여름 기운 받아 초록빛 선명한 숲과 파란 하늘, 새소리 귓가에 맴도는 자연 속에선 서두를 게 없다. 책장 넘기는 것조차 여유로워진다. 이곳에서 마음에 담아가는 건 책만이 아닐 것이다.

    터득골북샵(033-762-7140)은 강원도 원주 도심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흥업면 대안리 덕가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찾아가는 내내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보다 책방을 찾아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만큼 조용한 숲속이다.

    주인 부부의 개인 서재에 들어선 듯 아늑하고 손때 묻은 책방에는 귀농, 텃밭, 집짓기, 은퇴 등 주인장의 관심사 엿볼 수 있는 책이 가득하다. 여기에 추천 책과 어린이 그림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책장을 지키고 있다. 플라타너스 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 읽다가 창밖의 산과 하늘을 보면 절로 마음 차분해진다. 숙박을 겸한 북스테이를 한다면 영업이 끝난 후 책방을 통째로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숙박은 책방 안쪽에 마련된 게스트룸에서 하며 조식으로 책방 앞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와 직접 구운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제공된다.

    내나로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자리 잡은 전남 고흥의 가고파그집(010-4999-1020). 건축가 고기웅이 설계한 이 건물은 은퇴한 부부의 전원주택으로 지어졌지만 지난해 7월 북스테이 공간으로 변신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객실엔 TV가 없다. 예약 시 미리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체크인할 때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전 도서를 신청한 사람들에 한해선 숙박료도 10% 할인해준다. 일몰과 일출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이곳엔 글 쓰는 작가부터 곡 쓰는 작곡가 등 사색하며 작업하는 예술가들의 방문이 잦다.

    제주시 종달리 조용한 시골마을에 자리 잡은 블랙페이지(010-9469-0872)는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독채 펜션이다. 서재 한 벽을 차지한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 사이로 제주 돌담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숨어 있다. 여행 와서 읽기 편한 에세이, 문학부터 지인들과 주인장이 읽고 모은 책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어 마음껏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림책이나 어린이 도서는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 해먹에 누워 바깥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성산 일출봉과 우도전망대, 지미봉이 보이는 2층 테라스도 책 읽기 좋은 명당이다. 함께 운영하는 헌책방 '여행가게'와 종달리 '소심한 책방', 월정리 '책다방' 등 주변 책방들을 두루 둘러보는 여행도 재미있다.

    휴가지에서 즐기는 책과 함께하는 밤

    휴가지로 유명한 도시에서도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 푸짐한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어 여름휴가지로 인기 높은 강원도 속초에서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작은 책방과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완벽한날들(010-8721-2309). 올 1월 문을 연 이곳은 메리 올리버의 책 '완벽한 날들'에서 이름을 땄다. 1인실과 2인실, 6인실 총 3개의 객실은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꾸몄다. 거실 겸 주방에도 책이 진열돼 있고, 옥상에 올라가면 멀리 보이는 우람한 설악산 능선과 바다 풍경이 운치를 더해준다.

    속초에 묵는다면 동아서점(033-632-1555)에도 들러보자. 1956년 문 연 뒤 3대째 운영 중인 오래된 서점이지만 색다른 큐레이션으로 지역 서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이다.

    여름 대표 피서지 부산에서도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비프(BIFF)광장까지 원도심의 인기 관광 코스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광복동에 위치한 잠게스트하우스(010-9627-6898)다. 주인이 여행 다니며 수집한 다양한 책부터 취향 가득한 책으로 가득하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 계단을 오르면 용두산공원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산복도로 풍경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걸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수동 책방 골목과 부산영화체험박물관도 놓치지 말 것.

    다도해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경남 남해 평현리의 책의정원(010-4125-0535)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올 초 1층에 책방을 열어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동화책부터 그래픽 노블, 잡지, 소설, 여행 책자와 중고 서적까지 다양한 책이 책장을 채우고 있어 20대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족)과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남해 지역 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서… 책장 넘기며 혼술 해볼까

    집 떠나 하룻밤 보내지 않더라도 잠깐이나마 책과 휴가 보내기 좋은 곳이 있다. 읽기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맥주 한잔. 이곳에서라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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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북베드(book bed)에서 휴식할 수 있는 서울 합정동의 ‘세렌북피티’. 칵테일 곁들이며 책 읽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제주시 협재리의 '알로하서재'. 비양도를 바라볼 수 있는 루프톱 자리가 최고 인기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알로하서재
    서울 합정동 세렌북피티(02-6352-0707).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 '북(book)'을 결합한 이름처럼 책과 함께 뜻밖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서점이면서 카페고 술집이기도 하다. 책 읽으면서 커피 한잔,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책은 기본. 5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수입 병맥주와 에쿠니바이젠, 하루키IPA 등 수제맥주를 판매해 '책맥'(책+맥주)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책장 사이에 숨어 있는 '북베드(book bed)'는 혼자서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비밀 아지트 같은 이 공간에선 남의 시선 신경 쓰거나 방해받을 필요 없이 책을 끼고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푹신한 소파베드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다. 책장 뒤에 숨어 있는 화장실 문을 발견해 볼 것, 여기만의 색다른 재미다.

    강원도 원주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2층. 청년들이 모여 만든 미로예술시장에 독특한 이름과 빈티지 인테리어로 눈길 끄는 책방이 있다. 책방이 들어선 자리는 옷 수선 가게가 있었던 곳. 수선집 이름을 그대로 딴 동경수선이다. '책이 있습니다. 맥주도 있습니다. 좋은 노래가 있습니다. 뭐가 더 필요한가요.' 가게 앞을 지키는 문구처럼 책과 맥주, 음악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작은 책방이다. 목요일부터 일요일 늦은 오후에 문을 열지만 일부러 찾아와서 책과 맥주를 즐기며 시간 보내는 단골들도 있다. 독특한 분위기에서 인증샷 찍으며 추억 쌓기에도 좋다. 운영 시간과 입고 서적 안내는 인스타그램(@_soosun) 참조.

    제주시 협재리의 알로하서재(070-8860-5564)는 책과 술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책방 겸 바(bar)다. 독서하며 맥주와 와인, 위스키, 칵테일까지 술 한잔 곁들일 수 있다. 여행지에서 읽기 좋은 시집, 에세이부터 고전, 소설까지 서재 곳곳에 놓인 책을 마음껏 꺼내 읽을 수 있다. 바 좌석부터 밀실까지 최대 1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오후 2시 문 열자마자 금세 가득 찬다. 안쪽에 숨어 있는 조용한 밀실과 비양도가 보이는 루프톱 자리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 북스테이,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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