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없이 떠나는 '오감만족' 문화유산 답사기

    입력 : 2016.01.27 17:04

    배롱나무 꽃필 적엔 병산에 가라

    배롱나무 꽃필 적엔 병산에 가라
    배국환 지음|나눔사|240쪽|1만3000원

    '천 년의 고도(古都)'라는 수식어처럼 우리는 문화유산이라 하면 오랜 과거의 것이며, 박물관에 가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짙게 배어 있다. 조선 시대 수백 년간 수도로 기능했던 서울만 해도 매우 많은 문화유산이 존재하지만, 도시인들은 문화유산의 존재를 모르기도 할뿐더러 안다고 해도 무심히 곁을 지나치곤 한다.

    30년 넘게 기획재정부 등에서 경제관료로 근무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0년 이상 문화유산, 역사, 미술사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문화재를 직접 답사하며 얻은 정보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한다. 경제관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역사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진 건 저자의 남다른 역사 사랑에서 기인한다. 저자는 폐사지, 국보건축물 등 시간 여유가 날 때마다 유적지를 찾아 현장에서의 느낌을 시로 옮겼다.

    "둥그렇게 이그러진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눈부신 하양도 아닌 촉촉함에 착 달라붙는, 세상 품은 여인의 배처럼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내게 다가 왔네." 저자가 표현한 달항아리의 모습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뜻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이 책의 특징은 긴 내용의 기존 답사기와 달리 시·에세이·삽화·사진을 통해 정보를 감성적이며 함축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때론 장황한 설명보다 한 편의 시가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법이다.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오릉, 청령포, 서산마애삼존불, 병산서원, 다산의 오솔길 등 28개 역사문화유산에 대해 자신의 감상시·에세이와 함께 전문 화가의 운치 있는 수채화가 곁들여 여운을 더했다.

    가이드가 있는 여행과 없는 여행은 천지 차이다. 왜냐면 알면 알수록 지적 만족과 감동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건성으로 보았던 우리 문화재들의 참모습은 물론 역사와 문학을 거쳐 깨달음에 이르게 된 저자의 지적 여정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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