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의 성지(聖地)… 대학보다 군대가 스펙이 되는 나라

    입력 : 2015.02.05 07:00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박대진 지음|한빛비즈|296쪽|1만6000원

    우리나라의 경상도만한 땅에 인구 800만 명이 살고 있고, 국토의 60% 이상이 사막이며 다른 중동 국가처럼 석유가 나거나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실제 경작을 할 수 있는 땅은 35%가 채 되지 않는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천연자원이 없어 수출에 의존하고, IT에 큰 비용을 투자하고, 학구열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우리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바로 스타트업(start-up, 창업)이다.

    이스라엘의 창업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장되었고, 다국적 기업에 인수 합병되어 창업자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해서 창출한 자금 회수는 연간 8조 원에 달한다. 매년 500개의 신규 창업이 생겨나고 이들에게만 약 2조 원 규모의 투자가 쏟아진다. 성공적인 창업 기업을 줄줄이 탄생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15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한바 있는 저자는 이스라엘이 척박한 환경에서 창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도와 시스템이 '사람'을 키우는 덕분이라고 말한다. 창업자들이 모이는 곳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뉴욕, 보스턴, 런던처럼 대도시가 중심이지만 이스라엘은 나라 전역이 창업의 무대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범국가적 개념의 창업 시스템이다. 중, 고등학생이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대박을 내거나 인기 기상 캐스터가 웨어러블 솔루션 개발 기업에 투자하여 그 회사의 이사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스라엘 사회 전체가 창업을 시작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스라엘에서는 군대도 국가를 위한 봉사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직이다. 이스라엘의 청년은 군대에 가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나온다. 제대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최대 70일까지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고, 국가 펀드를 통해 창업 목적으로 약 100만 세켈(약 3억 원)까지 은행권에서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군 복무 연수에 따라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도 제대 후 창업을 꿈꾸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다.

    이스라엘의 도전 정신을 뜻하는 '후츠파'(chutzpah)'란 말이 있다. '뻔뻔스러운, 주제넘은'이란 뜻을 지녔던 이 단어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자신감, 용기, 혁신'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창업에 실패한 사업자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지만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겐 낙오자라고 깎아내리는 그들의 독특한 문화는 이스라엘을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창업 기업을 가진 나라로 만들었다.

    •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li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