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동시킨 책] 드라마에서 플랫폼 경쟁의 답을 찾다

  • 북스조선

    입력 : 2014.09.30 15:56

    드라마 스캔들

    드라마 스캔들|김인규 지음|페이퍼북스|240쪽|1만8000원

    한때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했다. 서로 사랑하던 연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사실 나 암이야"라며 갑자기 불치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아니면 "우린 서로 사랑할 수 없어. 왜냐면 우린 남매니까!"라며 갑작스러운 출생의 비밀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드라마의 설정이 다양해지는 이유는 '드라마=갈등'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있어야 16부작 이상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려다 보니 극적인 요소가 과해져 이야기는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다.

    원래 인생의 막다른 곳까지 몰린 사람들이 찾는 일터란 뜻에서 탄광을 '막장', 즉, 광산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고 불렀다. 막장으로 간신히 이야기를 유지하는 드라마를 보면 한편으로 제작자의 생명 연장의 꿈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다른 길을 찾아내는 것이 인간이다.

    최근 드라마가 찾아낸 새로운 항로는 크게 '판타지'로 날아가는 하늘길, '디테일(섬세함)'로 찾아낸 틈새길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판타지다. 인간 세상에서 더는 새로운 갈등이 없다고 믿었을 때 '별에서 온 그대'를 데려와 유명 여배우와 사랑하도록 만든다. 또한, 귀신을 보거나(SBS '주군의 태양')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초능력(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을 코믹과 로맨스를 버무린 스토리와 매력적인 주인공의 외모로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시청자는 이와 같은 판타지에 빠져든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지만, 나머지 포인트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디테일이다. '1994·1997'이라는 시대적 블루오션과 '빠순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찾아 재현해 낸 tvN '응답하라'시리즈는 시공간을 초월해 드라마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JTBC '밀회'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역시 연상녀와 연하남의 스무 살이라는 나이 차만큼 클래식이라는 소재의 디테일을 김희애의 물광 피부만큼 빛나게 살려냈기 때문이다.

    방송 플랫폼 간 경쟁도 드라마처럼 하루하루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콘텐츠의 양적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결국 제 살을 깎아 먹으며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등 가입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새로운 길을 찾았듯 방송 플랫폼도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방송 플랫폼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Volume'이 아닌 'Value'를 높이는 전략, 즉 'CX(Contents Experience)'를 강화해야 한다.

    CX는 시청자에게 콘텐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시청자 개인의 관심을 주변으로 넓히는 전략이다. 즉, 시청자가 개인의 콘텐츠 사용 경험을 SNS 등을 통해 알리고, 본인의 역할을 콘텐츠 소비자에서 벗어나 제3의 생산자, 혹은 적극적인 주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류현진의 MLB 경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야구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눈과 귀, 혹은 손으로 직접 그라운드를 느껴보고 싶어 한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지역 시청자 역시 눈앞에서 트로트 가수의 공연을 보고 함께 흥겨워하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를 LA 다저스 홈구장으로, 트로트를 좋아하는 시청자를 정읍 워터파크 야외 공연장으로 초대했다.

    TV를 통해 소비하던 관심을 직접 체험토록 한 것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청자들이 본인의 경험담을 입에서 입으로, SNS에서 SNS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방송은 시청자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플랫폼은 가입자의 만족 여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된다. 그래서 우리는 시청자의 오감만족을 위해 시청자들을 다양한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계속 초대할 것이다. TV 밖으로 나와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일이야말로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를 알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KT스카이라이프의 독서토론회인 ‘문진회’에서 발간한 독후감 백서 중 김경렬 콘텐츠사업팀 팀장의 글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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